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3개월 정도 쉬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출근하는 대신 러닝 한 시간, 집안일 한 시간쯤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책을 읽거나 블로그 글을 쓰는 데 전념했어요. 그땐 몰랐지만, 당시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루의 루틴이 바뀌면 사람 자체가 바뀌는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정말 이렇게 썼나" 싶을 정도로 문체와 내용이 풍성한 포스팅이 있더라고요. AI의 도움을 받지 않을 때였는데 이 정도는 썼었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컨디션이 뒷받침되니 가능한 일이었겠죠. 대단한 명문은 아닐지라도, 제가 보기엔 ‘나름’ 꽤 괜찮은 볼륨과 깊이를 가진 글들이었습니다.
다시 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예전처럼 길고 깊게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합니다. 지금은 다시 '8 to 5'의 삶을 살다 보니, 일을 쉬기 전의 원래 모습으로 거의 돌아온 것 같네요.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예전 기록을 보며 "내가 이런 말을 했었나" 싶을 때가 잦습니다. 유튜버 이연 님은 자신의 창작물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라고 말하더군요. 이미 만들어낸 창작물은 손톱깎이로 깎여 나간 손톱과 같아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결과물을 보고 부끄러워하거나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남겨진 기록들을 보다 보니 실제로 그러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