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책에도 자신에게 맞는 책과 아닌 책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본인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매번 50쪽 언저리에서 포기했다고요. 그 정도 읽어도 작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 읽다가 포기했던 책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단지 추천 도서라서, 혹은 이미 구입했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네요.
듄 시리즈 3권
2권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권은 리디북스 미리 보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전 권을 전자책으로 구입할 정도였죠. 하지만 3권에 들어서며 몰입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독서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SF나 판타지는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짧게 읽다 말다 하니 앞선 맥락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너무 고전 신화적인 문체 또한 상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네요.
로마 제국 쇠망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컸습니다. 비슷한 지역과 인물들이 등장하니 당연히 즐거울 줄 알았죠.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고 호흡이 느려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역시 전 권을 전자책으로 사두었지만, 아무래도 완독은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책이 있듯, 지금은 읽히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으며 시간을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독서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책을 골라 읽는게 꾸준한 독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