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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OO하니 행복한가요? 에 대한 답변

결혼을 한 뒤로, 혹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주변에서 반 장난식으로 "OO하니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묻는 것인지 되묻고 싶어지곤 해요. 이런 질문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조금 꼬인다고 해야 할까요.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가 무엇이길래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결혼이나 육아처럼 삶의 궤적을 바꾸는 큰 결정을 치른 이후에는, 분명 얻는 기쁨도 있겠지만 스스로 포기해야 했던 아쉬운 점들도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행복하다 혹은 아니다로 속단하기 어려운 영역이죠. 물론 좋은 점을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었으니 겉으로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그 대답 뒤에는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남습니다.

영화 <기생충>에는 운전기사를 하는 기택(송강호 분)이 박 사장(이선균 분)에게 "그래도 아내분을 사랑하시죠?"라고 되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박 사장은 그 질문에 '선을 넘지 말라'며 일축하는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무엇이 잘나서 저리 정색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준비로 한창 스트레스를 받던 이에게 누군가 "결혼하니 행복해요?"라고 툭 던지는 말을 옆에서 지켜보며 비로소 박 사장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타인의 복잡한 삶의 무게를 '행복'이라는 가벼운 단어에 담아 확인하려는 태도가, 때로는 얼마나 무례한 선 넘기인지 깨닫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