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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피그마가 주식시장에서 죽쓰는 것을 보면서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인을 업으로 삼으면서 피그마라는 툴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 크롬에서 구동되는 어설픈 모습을 보았을 때는, 과연 잘나가던 '스케치(Sketch)'를 누르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었죠. 하지만 쿽익스프레스가 저물고 인디자인이 편집 디자인의 표준이 되었듯, 피그마는 순식간에 경쟁자들을 앞지르고 보편적인 툴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처럼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설치 없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환경은 누구나 갈망하던 것이었습니다. 스케치와 제플린을 쓰던 시절만 해도 '최종의 최종' 파일을 관리하고, 컴퓨터가 멈추기 전에 세이브 버튼을 누르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으니까요.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불발 이후 상장 소식을 접하며 피그마가 더 크게 도약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이끄는 시대의 흐름이 너무 빨랐던 탓일까요. 피그마의 가치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모습을 보니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는 한 땀 한 땀 UI를 그리는 사람이 없어질 거라는 시장의 예측 때문인지, 아니면 피그마가 새로 내놓은 AI 기능들이 기대만큼 강력하지 않아서인지 자꾸 되묻게 되네요. 경영진의 주식 매도 소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하락세를 보며, 어쩌면 저물고 있는 디자이너가 직접 UI를 그려나가는 시대가 예상보다 더 빨리 저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