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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고등학교 미술부 시절: 체벌 시대의 종말에 대하여

2006년, 저의 고등학교 시절은 체벌에 대한 문화적 변화가 시작되는 과도기였던 것 같습니다. 야구부나 럭비부 같은 경우 선배가 후배들을 빠따로 쳤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흔하게 들었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상대적으로 고상해 보이는 미술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빠따를 친다는 이야기는, 그 시절 고등학생이었던 저한테도 참 생소하고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그림이 좋고 친구가 좋아서 1학년 때 미술부에 가입했죠. 학교 선배에게 선생님보다 크게 인사하고 할당된 그림을 못 그리면 맞기도 하는 문화였지만, 막상 겪어보니 잘 적응했었습니다. 함께 버틴 동기들 덕분이기도 했고요. 덕분에 입시 미술은 열심히 그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친구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막상 2학년이 되니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이 그런 문화를 제재하기 시작하셨어요. 1학년을 체벌의 문화 속에서 보내며 마음가짐이 무장되었던 터라 묘한 반발심이 생깁니다. 새로 온 후배들도 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불필요한 갈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동아리를 탈퇴하기 시작했고, 저희가 3학년이 되었을 때 들어온 신입생들은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탈퇴해 버렸습니다.

‘적응을 못 한다면 나가라’가 동아리의 주된 모토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학교에서 미술부가 한 번 사라지게 됩니다. 그 이후에 새로 오신 미술 선생님이 다시 동아리를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졸업 후에도 슬쩍 들었던 것 같아요.

문득 시대 변화의 문턱에서 그 변화를 따라갈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생들이 그때 뭘 알았겠냐 싶기도 하지만요. 그 당시 동아리 문화에 대해 깊게 이해해주고 조언해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조금은 달랐을 것 같긴 해요. 시대 변화를 따라간다는 게 나중에 보면 왜 못 따라갔을까 후회스럽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