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집중할 거리가 있거나, 큰 사고라도 나서 수습하느라 정신없다면 신경 쓰이지도 않을 텐데 말이죠. 여유가 생길 때면 주변 사람의 조금 거슬리는 말들이 틈을 타고 들어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돕니다. 원래 나는 무덤덤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 깊게 몰입한 상태가 아니라면 꽤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심지어 중학교 2학년 수업 시간, 뒷자리에서 끊임없이 뒤통수를 건드리며 신경을 긁던 녀석,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핀잔만 돌아왔던 그 무력한 순간들. 그때의 나른한 오후 햇볕과 공기의 냄새까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듯합니다. 사색의 중간에서 가끔 마주하는 이 기억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어제의 일 같지만, 한편으로는 제 머릿속에서 조금씩 왜곡되고 덧칠해진 부분도 있겠지요.
최근 읽었던 <뇌과학의 마음 사전>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주의 집중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부끄럽거나 화나는 등 기분 나쁜 상황이 시간이 지나도 잘 기억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문득 엉뚱한 가정을 해봅니다. 기분 나쁜 상황이 닥쳤을 때, 평소 안 외워지던 영어 회화를 후다닥 외우면 과연 잘 외워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