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이연 님의 영상에서 “누구나 첫 창작은 아기와 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은 너무나 연약해서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남몰래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20년도 더 된 중학생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버디버디가 싸이월드를 따라 미니홈피 서비스를 막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버디버디는 방과 후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놀이터 같은 사이버 공간이었죠. 그곳에 처음으로 제 사진을 올렸는데, 홈피에 놀러 온 친구 몇 명이 "무슨 자신감으로 네 사진을 올리느냐"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서너 개뿐인 짧은 글이었지만 그 땐 마음에 꽤나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내 게시물에 누구나 이렇게 쉽게 비평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으니까요.
유튜브나 SNS처럼 모두에게 열린 공간에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발언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그 공개된 정보에 따르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죠. 그래서인지 처음 창작을 시작한다면 실명보다는 필명을 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작가들이나 우리나라의 몇몇 배우들이 필명을 쓰는 이유도, 기존의 평판에서 벗어나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회사명 같은 단체명조차 조심히 써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검색에 쉽게 노출될뿐더러 지인에 의해 내가 누구인지 파악되기도 쉽거든요. 예전에는 왜 글이나 인터뷰에서 굳이 'A사', 'B사'라고 지칭하는지 의아했는데, 조금이라도 껄끄러운 내용이 있다면 익명을 써야 한다는 것을 지인에게 따끔하게 지적받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직은 스스로 확신이 없는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가려면, 때로는 비밀리에 작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내 창작이라는 아기가 충분히 단단해질 때까지는,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는 '보호막'이 필요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