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리스크 관리'라는 말을 가슴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높은 위험과 낮은 위험,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을 때 그 일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위험'이 내포한 실질적인 의미를 간과한 채 덥석 선택하곤 했으니까요. 하이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선택들이 많았습니다.
자동차 보험을 직접 설계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이렉트 보험의 다양한 옵션 중 '자연재해 보상'이 있는데요.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당장이라도 가입해야 할 것 같지만,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주로 주차하는 곳은 지대가 높아 침수 가능성이 희박하거든요. (물론 전기차 화재 같은 변수는 별개겠지만요.) 결국 저는 확률에 근거해 그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주식 투자도, 유전자에 의한 유전병 발현 여부도 결국은 모두 확률의 영역입니다. 실제로 병이 발현될지, 아니면 그저 보인자로만 남을지는 확률의 주사위가 결정하는 일이죠.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건, 아마도 첫 직장을 선택하던 당시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력적으로 보였던 '하이 리스크' 스타트업을 택하느라 충분히 갈 수 있었던 대기업 입사 기회를 포기했었거든요. 이제 딸아이를 낳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게를 느끼다 보니, 그때 리스크를 더 깊이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듭니다. 당시의 저는 참 '나이브'했었나 봅니다. 삶은 매 순간 확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