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토스 만보기와 증권사 출석 체크를 매일 챙길 만큼 '짠테크'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제 평소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새벽 일찍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였는데요. 호텔 측으로부터 공항까지 현금이면 70달러, 카드면 세금 포함 10%가 더 붙는다는 안내를 미리 받았기에 현금을 딱 맞춰 준비해 두었죠.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비몽사몽 했던 탓일까요? 분명 현금을 낸다고 했음에도 기사가 77달러를 불렀고, 저는 별생각 없이 80달러를 건네며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3달러면 우리 돈으로 3천 원 정도이니 팁으로 적당하다 생각하며 기분 좋게 내렸죠.
하지만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불현듯 '현금이면 70달러'라는 안내가 떠올랐습니다. 아차 싶더군요. 현금 결제임에도 이미 7달러를 더 낸 셈인데, 거기에 3달러를 팁으로 얹어 총 10달러나 더 지불한 꼴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조금 괘씸하기도 하고, 평소 짠테크를 하던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사실 팁은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액수와 상관없이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본인의 성격'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팁을 줄 당시에는 기분이 좋았더라도, 돌아 서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계산기가 돌아가는 성격이더라고요. '이 3달러면 생오렌지 주스 자판기에서 주스 한 잔을 뽑아 아내에게 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돈 자체보다도 이런 불필요한 생각에 마음 에너지를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떠오르는 생각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피어나는 불안이나 자괴감은 막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저 같은 성격은 무의식적인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는 팁 결제에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성향에 맞는 판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배우고 돌아온 여행이었습니다.
